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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M은 기록만 한다
— Linkspace를 만든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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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 담당자의 하루

B2B 영업 담당자의 오전을 따라가 보자.

CRM은 이미 도입되어 있다. 고객사 정보도, 담당자 연락처도, 진행 중인 영업기회도 시스템 안에 들어 있다.

그런데 담당자가 출근해서 가장 먼저 여는 것은 CRM이 아니다.

엑셀이다.

이번 달 만료되는 라이선스 목록이 거기 있기 때문이다.

계약 정보 자체는 CRM에 등록되어 있지만, 정작 중요한 만료일은 라이선스 증서 PDF 안에 적혀 있다. 결국 누군가는 PDF를 열어 날짜를 확인하고, 다시 엑셀에 옮겨 적어야 했다.

그렇게 시작된 시트가 어느 순간부터 사실상의 기준 문서가 된다.

고객사를 검색한다.

세 건이 나온다.

㈜○○테크. (주)○○테크. ○○테크(주).

모두 같은 회사다. 부서마다, 등록한 시점마다 표기가 조금씩 달랐을 뿐이다.

어느 고객사에 최근 영업이력이 연결되어 있는지는 세 건을 모두 열어 봐야 알 수 있다.

메일을 보낸다.

그리고 CRM을 다시 열어 방금 보낸 내용을 영업활동에 한 번 더 기록한다. 여유가 있으면 남기지만, 바쁜 날에는 건너뛴다.

그렇게 건너뛴 기록은 결국 없었던 기록이 된다.

몇 달 뒤 담당자가 바뀌면 그 고객과 어떤 이야기가 오갔는지, 왜 이런 제안을 했는지, 마지막으로 언제 연락했는지를 다시 복원하기 어렵다.

오후가 되자 팀장이 묻는다.

“이번 분기에 추가 제안할 만한 고객 있나?”

답은 대부분 기억에서 나온다.

최근에 통화했던 고객, 인상이 남았던 고객, 오래 담당해서 익숙한 고객.

데이터는 시스템 안에 쌓여 있지만, 정작 누구에게 연락해야 하는지에 대한 판단은 여전히 사람의 머릿속에서 이루어진다.


CRM이 하는 일과 하지 않는 일

이 상황을 단순히 CRM 제품의 문제라고 보기는 어렵다.

CRM의 역할은 명확하다.

고객 정보를 한곳에 모으고, 필요할 때 찾아보고, 영업활동과 이력을 기록하는 것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CRM은 그 역할을 충분히 수행한다.

문제는 B2B 영업에서 실제로 시간이 많이 소모되는 지점이 조금 다른 곳에 있다는 것이다.

첫 번째는 기록되기 전이다.

명함, 라이선스 증서 PDF, 메일함, 엑셀, 세미나 참가자 명단처럼 서로 다른 곳에 흩어진 정보를 사람이 읽고 정리해서 시스템에 옮겨야 한다.

정보는 존재하지만, 시스템이 사용할 수 있는 데이터가 되기까지 사람의 손을 거쳐야 한다.

두 번째는 기록된 후다.

데이터가 충분히 쌓여 있어도 결국 누군가는 다시 그 데이터를 살펴보며 판단해야 한다.

결국 입력도 사람이 하고, 판단도 사람이 한다.

그래서 시스템이 아무리 잘 구축되어 있어도 실제 활용 수준은 담당자의 성실함과 기억력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

그리고 담당자가 바뀌면 그 수준도 함께 달라진다.


그래서 직접 만들었다

Linkspace는 자사의 B2B 영업을 위해 만들었다.

처음부터 판매할 제품을 기획하고 기능 목록을 정리한 뒤 개발한 것은 아니다.

매일 영업 업무를 하면서 반복해서 마주쳤던 불편을 하나씩 없애다 보니 지금의 시스템이 되었다.

그래서 Linkspace의 기능은 항상 기능명보다 먼저 질문이 있었다.

“이번 주에도 사람이 직접 한 일은 무엇인가?”

그리고 개발의 기준은 하나였다.

사람이 굳이 기억하지 않아도 되게 만들 것.


기록되기 전 — 입력을 줄이는 쪽

고객사 매칭 (Account Matching)

㈜ 표기 여부, 띄어쓰기, 영문명처럼 이름이 조금 달라도 같은 고객사를 찾아낸다.

한 번 연결한 표기는 별칭으로 학습되어 다음 검색부터 자동으로 반영된다.

고객사 중복은 나중에 찾아서 정리하는 것보다 처음부터 생기지 않도록 막는 편이 훨씬 낫다.


라이선스 증서 (License PDF)

라이선스 증서 PDF를 올리면 제품, 시리얼 번호, 만료일, 수량이 표로 정리된다.

이미 등록되어 있는 시리얼 번호는 자동으로 제외되고, 정리된 만료일은 그대로 갱신 알림의 기준이 된다.

PDF를 열고 내용을 확인한 뒤 다시 엑셀이나 CRM에 옮겨 적던 과정이 줄어든다.

문서 안에 있던 정보가 별도의 수기 작업 없이 영업에 사용할 수 있는 데이터가 된다.


명함 (Business Card)

명함 사진 한 장을 올리면 이름, 직책, 부서, 연락처가 입력된다.

소속 고객사는 네 단계에 걸쳐 찾아 연결한다.

그래도 일치하는 고객사를 찾지 못하면 임의로 새 회사를 만드는 대신 담당자에게 확인을 요청한다.

이유는 단순하다.

매칭 실패를 곧바로 신규 고객사 등록으로 처리하는 순간, 중복 고객사가 쌓이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메일 (Mail)

메일은 담당자 본인의 계정으로 보낸다.

자주 쓰는 메일은 서식으로 만들어 두었다. 고객 화면에서는 강제 비활성화 안내와 납품 안내를, 교육 세션에서는 교육 안내와 수료증 전달을, 파이프라인에서는 견적서 송부를 고른다.

화면마다 필요한 서식만 나오기 때문에 매번 본문을 처음부터 작성할 필요가 없다.

메일을 보내는 즉시 해당 내용은 기술지원 또는 영업활동 이력으로 등록된다.

고객사, 고객, 담당자, 일자는 이미 현재 보고 있는 화면에서 정해져 있기 때문에 다시 입력하지 않는다.

담당자가 선택하는 것은 해당 기록을 어디에 남길지, 그리고 유형과 상태 정도다.

메일을 보내는 일과 CRM에 기록하는 일을 두 번 하지 않도록 만든 것이다.


기록된 후 — 판단을 돕는 쪽

데이터를 잘 쌓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았다.

데이터가 쌓인 뒤에는 또 다른 일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래서 지금 누구에게 연락해야 하는가?”

Linkspace는 이 판단 과정에서도 사람이 모든 고객을 하나씩 기억하고 찾아보는 일을 줄이는 방향으로 기능을 만들었다.


너처링 (Nurturing)

영업기회가 없는 고객은 연락해야 할 명확한 계기가 없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멀어지기 쉽다.

Linkspace는 만료일을 기준으로 12개월 전부터 3개월 간격으로 접촉 시점을 제시한다.

이미 만료된 고객은 별도의 재공략 대상으로 관리한다.

즉, 담당자가 모든 고객의 연락 시점을 기억하는 대신 시스템이 다시 연락해야 할 이유와 시점을 만들어 준다.


인사이트 (Insights)

보유 제품, 문의 이력, 교육 참여 정보를 바탕으로 추가 제안 가능성이 높은 고객을 우선순위로 보여준다.

단순히 순위만 제시하지 않는다.

왜 이 고객의 우선순위가 높은지 판단 근거도 함께 보여준다.

우리는 이 부분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근거 없는 순위는 담당자가 믿기 어렵고, 믿지 않는 목록은 결국 사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AI 어시스턴트 (Assistant)

“작년에 교육받고 아직 구매하지 않은 고객”처럼 자연어 문장으로 고객을 조회할 수 있다.

교육이 끝나면 결과 보고서 초안도 준비된다.

외부 모델로 데이터를 보낼 때 고객, 담당자, 고객사는 가명 ID로 바꿔 보낸다.

실명은 결과를 다시 화면에 표시하는 시점에만 복원한다.

AI는 활용하고 싶지만 고객 정보가 외부로 전달되는 것은 걱정된다면, 그 우려는 정확하다.

어시스턴트를 먼저 만들어 쓰면서 같은 문제를 확인했고, 그래서 가명화를 넣었다.


왜 하나로 묶여 있어야 했나

지금까지 설명한 기능들은 각각 따로 놓고 보아도 쓸모가 있다.

하지만 Linkspace를 운영하면서 확인한 것은 진짜 가치가 생기는 순간은 이 정보들이 서로 연결될 때라는 점이었다.

캠페인에서 처음 만난 사람이 고객이 되고, 리드가 되고, 영업기회로 이어진다.

수주 이후에는 다시 라이선스, 프로젝트, 기술지원, 교육 이력이 쌓인다.

이 모든 기록이 하나의 고객사를 중심으로 연결되어 있을 때 이전에는 잘 보이지 않던 고객이 보이기 시작한다.

예를 들어,

각각의 정보가 서로 다른 시스템에 있다면 이 연결은 결국 사람이 해야 한다.

CRM을 열고, 엑셀을 확인하고, 메일을 검색하고, 교육 참가자 목록을 찾아본 뒤 머릿속에서 하나의 고객으로 조합해야 한다.

그게 지금까지 우리가 영업하던 방식이었다.

Linkspace는 그 연결을 사람의 기억이 아니라 데이터 안에 남기기 위해 만들어졌다.


마치며

Linkspace는 한 가지 질문에서 시작했다.

“CRM이 기록만 한다면, 판단은 누가 하는가?”

처음부터 CRM을 새로 만들 생각은 아니었다.

실제 영업 업무를 하면서 반복적으로 발생했던 입력 작업을 줄이고, 흩어진 고객 이력을 연결하고, 쌓여 있는 데이터를 다음 행동으로 이어지게 만들고 싶었을 뿐이다.

그 일을 하나씩 해나가다 보니, 결국 쓰던 CRM을 이 시스템으로 옮기게 됐다.

현재 Linkspace는 자사의 영업 현장에서 매일 사용되고 있으며, 7,300곳 이상의 고객사를 이 화면 안에서 관리하고 있다.

완성해 놓고 판매를 시작한 제품이라기보다, 실제로 매일 사용하면서 불편한 부분을 계속 찾아 고쳐 나가고 있는 시스템에 가깝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한 가지 질문이 남았다.

CRM은 이미 오래전부터 존재했고, 영업 자동화 도구도 계속 발전해 왔다.

그런데 왜 기록되기 전의 수작업과 기록된 후의 판단 사이에는 여전히 빈칸이 남아 있었을까?

다음 글에서는 그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이 빈칸은 왜 지금까지 채워지지 않았을까.

특정 CRM 제품의 기능이 부족해서라기보다, B2B 영업이 가진 구조적인 이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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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erusLab (베루스랩) — 웹스시스템코리아 R&D 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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