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선 두 글에서는 “기록의 앞뒤에 남아 있는 빈칸”에 대해 이야기했다.
조금 추상적인 이야기였다면, 이번 글에서는 그 빈칸을 실제 영업 현장에서 반복되던 문제로 바꿔보려고 한다.
아래 여섯 가지는 자사 영업에서 실제로 계속 발생했던 문제다.
Linkspace의 기능은 예외 없이 이 문제들 중 하나에서 출발했다.
그리고 앞으로 이어질 글도 이 여섯 가지 문제를 하나씩 따라가며 설명할 예정이다.
01. 같은 고객사가 여러 이름으로 등록된다
장면
고객사를 검색한다.
비슷한 이름이 여러 건 나온다.
㈜○○테크 (주)○○테크 ○○테크(주) 그리고 영문명으로 등록된 회사 하나.
전부 같은 회사다.
그런데 시스템 안에서는 서로 다른 고객사로 존재한다.
왜 생기나
입력하는 사람이 여러 명이고, 입력하는 시점도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법인명을 그대로 입력하고, 누군가는 ㈜를 빼고 입력한다.
엑셀로 일괄 등록한 목록과 담당자가 직접 입력한 고객사가 섞이면 표기는 더 쉽게 갈라진다.
입력 규칙을 정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규칙은 결국 사람이 기억하고 지켜야 한다.
그리고 사람이 지켜야 하는 규칙은 시간이 지나면 예외가 생긴다.
무엇이 문제인가
고객 정보가 여러 건으로 나뉜다.
영업이력도 나뉘고, 매출도 나뉘고, 담당자 정보도 나뉜다.
어느 고객사가 최신 정보인지 바로 알기 어렵고, 전체 고객 현황이나 매출 집계도 정확하지 않게 된다.
더 큰 문제는 따로 있다.
이미 거래하고 있는 고객을 신규 고객으로 착각해 다시 접근할 수도 있다.
고객 입장에서는 우리 회사 내부 데이터가 제대로 관리되지 않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어떻게 접근했나
표기가 달라도 같은 고객사로 인식하도록 했다.
한 번 연결한 표기는 별칭으로 학습되어 다음 검색부터 자동으로 반영된다.
핵심은 중복 고객사를 나중에 정리하는 것이 아니다.
처음부터 중복이 생기지 않도록 만드는 것이다.
이미 쌓인 중복 데이터를 정리하는 것보다, 중복이 만들어지는 순간을 막는 편이 훨씬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02. 중요한 갱신 시점을 놓친다
장면
고객에게서 연락이 온다.
“저희 라이선스 지난달에 만료된 것 같은데요.”
그제야 증서를 찾아보고 만료일을 확인한다.
왜 생기나
만료일이 라이선스 증서 PDF 안에 있기 때문이다.
PDF에는 필요한 정보가 모두 들어 있다.
하지만 시스템 입장에서는 하나의 첨부파일일 뿐이다.
결국 누군가 PDF를 열어 제품명, 시리얼 번호, 만료일, 수량을 확인한 뒤 엑셀이나 시스템에 다시 옮겨 적어야 한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 또 다른 문제가 생긴다.
지금 보고 있는 엑셀이 정말 최신인가?
확인 작업이 하나 더 생긴다.
무엇이 문제인가
갱신 시점을 놓치면 고객 대응과 영업 기회를 동시에 잃을 수 있다.
만료 전에 연락했다면 자연스럽게 갱신 상담으로 이어질 수 있었던 고객이, 만료 이후에는 다시 처음부터 접촉해야 하는 고객이 된다.
같은 고객이지만 영업 난이도가 달라진다.
즉,
미리 연락했으면 갱신이었을 일이, 지나고 나면 재영업이 된다.
어떻게 접근했나
라이선스 증서 PDF를 올리면 제품, 시리얼 번호, 만료일, 수량이 표로 정리되도록 했다.
이미 등록된 시리얼 번호는 자동으로 제외한다.
그리고 이렇게 정리된 만료일은 그대로 갱신 알림의 기준이 된다.
중간에 엑셀로 옮겨 적을 필요가 없다.
핵심은 알림 기능 자체보다 그 이전 단계에 있다.
만료일을 사람이 다시 입력하지 않아야, 관리 기준이 오래된 엑셀에 머무르지 않는다.
03. 영업기회가 없는 고객은 자연스럽게 멀어진다
장면
한동안 연락이 없었던 고객에게 오랜만에 연락한다.
그런데 이미 다른 제품을 도입한 뒤다.
검토가 진행되던 기간 동안 우리는 아무 접촉도 하지 않았다.
왜 생기나
진행 중인 영업기회가 없으면 연락해야 할 명확한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영업 담당자에게는 항상 당장 처리해야 할 일이 있다.
견적을 보내야 하는 고객, 계약을 앞둔 고객, 기술 문의가 들어온 고객이 먼저다.
눈앞에 있는 영업기회를 우선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행동이다.
문제는 그 결과다.
현재 영업기회가 없는 고객은 계속 뒤로 밀린다.
무엇이 문제인가
고객의 상황은 멈춰 있지 않는다.
예산이 새로 잡힐 수 있고, 담당자가 바뀔 수 있고, 새로운 프로젝트가 시작될 수도 있다.
제품 검토가 시작될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와의 접점이 끊겨 있다면 그 변화가 있었는지 알기 어렵다.
결국 다시 제안할 수 있었던 시점을 통째로 놓칠 수 있다.
어떻게 접근했나
담당자가 기억해서 연락하는 방식 대신, 시스템이 연락할 이유를 만들도록 했다.
만료일을 기준으로 12개월 전부터 3개월 간격으로 접촉 시점을 제시한다.
이미 만료된 고객은 별도의 재공략 대상으로 관리한다.
두 가지를 나눈 이유도 분명하다.
아직 제품을 사용하고 있는 고객과 이미 계약이 끝난 고객에게 같은 방식으로 접근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유지해야 할 관계와 다시 회복해야 할 관계는 다르다.
04. 다음 제안 대상을 경험으로 고른다
장면
팀장이 묻는다.
“이번 분기에 추가 제안할 만한 고객 있나?”
담당자는 잠시 생각한다.
그리고 최근 통화했던 고객, 오래 알고 지낸 고객, 기억에 남는 고객부터 이야기한다.
왜 생기나
고객 수가 많아질수록 모든 고객의 가능성을 사람이 하나씩 검토하기는 어렵다.
결국 사람의 기억은 최근 경험을 중심으로 작동한다.
최근 연락한 고객.
오래 담당한 고객.
문제가 있었던 고객.
눈에 자주 들어오는 고객.
자연스럽게 이런 고객이 우선순위가 된다.
무엇이 문제인가
제안이 익숙한 고객에게 집중된다.
반대로 데이터 안에는 분명 신호가 있지만 담당자의 기억에 없는 고객은 계속 발견되지 않는다.
시스템 안에 데이터가 있어도 사람이 직접 찾아보지 않으면 후보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기억에 남아 있지 않다는 것과 가능성이 없다는 것은 다르다.
하지만 경험에 의존하는 방식에서는 이 둘이 같은 결과가 된다.
어떻게 접근했나
보유 제품, 문의 이력, 교육 참여를 바탕으로 추가 제안 가능성이 높은 고객의 우선순위를 세우도록 했다.
여기서 중요하게 본 것은 순위 자체가 아니었다.
왜 이 고객이 위에 있는지를 함께 보여주는 것이었다.
“이 고객에게 제안하세요.”
이 한 문장만으로는 담당자가 움직이지 않는다.
왜 그런 판단이 나왔는지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근거 없는 순위는 믿기 어렵고,
믿지 않는 목록은 결국 사용되지 않는다.
05. 메일은 메일함에 있고, 이력은 CRM에 있다
장면
고객에게 메일을 보낸다.
그리고 CRM을 다시 열어 방금 보낸 내용을 영업활동에 한 번 더 적는다.
한가한 날에는 기록한다.
바쁜 날에는 넘어간다.
왜 생기나
메일 시스템과 고객 관리 시스템이 분리되어 있기 때문이다.
같은 일을 두 번 해야 한다.
메일에서 한 번.
CRM에서 또 한 번.
내용은 거의 같은데 입력하는 곳만 다르다.
이런 중복 작업은 누구에게나 번거롭게 느껴진다.
그리고 업무가 바쁠수록 가장 먼저 생략된다.
무엇이 문제인가
생략된 기록은 없는 기록이 된다.
당장은 문제가 없어 보일 수 있다.
메일함에는 기록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담당자가 바뀌거나 다른 직원이 후속 대응을 해야 하는 순간 문제가 생긴다.
어떤 내용을 안내했는지,
고객이 무엇을 요청했는지,
마지막으로 언제 접촉했는지 다시 찾아야 한다.
그리고 더 어려운 점은,
기록이 빠졌다는 사실 자체도 시스템에는 남지 않는다는 것이다.
어떻게 접근했나
메일을 담당자 본인의 계정으로 보내도록 했다.
메일을 보내는 즉시 기술지원 또는 영업활동 이력으로 등록된다.
고객사, 고객, 담당자, 일자는 현재 보고 있는 화면에서 이미 정해져 있기 때문에 다시 입력하지 않는다.
담당자가 선택하는 것은 어디에 이력을 남길지, 그리고 유형과 상태 정도다.
목표는 단순했다.
메일을 보내는 일과 기록하는 일이 하나의 작업이 되게 하는 것.
입력이 한 번으로 끝나야 기록도 생략되지 않는다.
반복해서 보내는 메일에는 서식도 준비했다.
고객 화면에서는 강제 비활성화 안내와 납품 안내를, 교육 세션에서는 교육 안내와 수료증 전달을, 파이프라인에서는 견적서 송부를 고른다.
화면마다 필요한 서식만 나오기 때문에 매번 본문을 처음부터 작성하지 않는다.
고객별로 필요한 내용만 덧붙이면 나머지는 서식이 만든다.
06. 마케팅에서 만든 접점이 영업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장면
세미나가 끝난다.
명함이 쌓이고 참가자 명단 엑셀이 남는다.
행사는 성공적으로 끝났다.
그런데 몇 주 뒤 그 파일을 다시 여는 사람은 거의 없다.
왜 생기나
캠페인을 통해 확보한 정보가 별도의 파일에 머물기 때문이다.
세미나 참가자 명단.
전시회 명함.
온라인 신청자 목록.
이 정보가 실제 영업 대상이 되려면 누군가 CRM에 다시 입력해야 한다.
그리고 한 건씩 옮겨야 한다.
그 작업이 시작되지 않으면 명단은 그냥 명단으로 남는다.
무엇이 문제인가
고객이 가장 관심을 보인 시점이 그냥 지나간다.
세미나에 참석했다는 것은 적어도 해당 주제에 관심이 있었다는 의미다.
전시회에서 상담했다면 그 순간에는 분명 어떤 문제나 요구가 있었다.
하지만 영업 데이터로 연결되지 않으면 그 신호는 시간이 지나면서 의미를 잃는다.
결국 비용을 들여 만든 고객 접점이 영업 기회로 이어지지 못한다.
어떻게 접근했나
두 가지 방향으로 접근했다.
입력 자체를 줄이고, 영업으로 넘어가는 길을 만들었다.
명함은 사진 한 장으로 등록된다.
이름, 직책, 부서, 연락처가 입력되고 소속 고객사는 네 단계로 찾아 연결한다.
그래도 찾지 못하면 임의로 새로운 고객사를 만드는 대신 담당자에게 확인을 요청한다.
이유는 1번 문제와 연결된다.
매칭하지 못했다고 해서 바로 신규 고객사로 등록하면, 다시 중복 고객사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그리고 리드를 영업적격으로 올리면 해당 고객사의 영업기회가 생성되어 파이프라인에 올라간다.
이 고객이 어느 캠페인에서 유입되었는지도 함께 남는다.
마케팅에서 만든 접점이 별도의 파일에서 끝나지 않고, 실제 영업 과정으로 이어지도록 한 것이다.
여섯 가지 문제는 결국 하나로 연결된다
지금까지의 여섯 가지 문제를 보면 서로 다른 문제처럼 보인다.
중복 고객사.
라이선스 갱신.
고객 너처링.
추가 제안.
메일 기록.
마케팅 리드.
하지만 자세히 보면 원인은 하나로 모인다.
고객에 관한 사실이 한곳에 연결되어 있지 않다는 것.
고객사의 이름은 여러 개로 갈라져 있다.
라이선스 만료일은 PDF 안에 있다.
고객과 나눈 대화는 메일함에 있다.
관심을 보였던 기록은 세미나 참가자 엑셀에 있다.
교육과 기술지원 이력은 또 다른 곳에 있다.
그리고 어떤 고객에게 다시 연락해야 하는지는 담당자의 기억에 있다.
정보가 없는 것은 아니다.
각각은 어딘가에 분명히 존재한다.
문제는 서로 연결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고객의 흐름이 하나로 이어져야 보이는 것들
고객과의 관계는 한 번의 영업기회로 끝나지 않는다.
캠페인에서 처음 만난 사람이 고객이 되고,
리드가 되고,
영업기회가 되고,
수주 이후에는 라이선스, 프로젝트, 기술지원, 교육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그 경험이 다시 다음 영업기회의 근거가 된다.
이 흐름이 고객사 하나를 중심으로 연결되어 있어야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있다.
교육에 참여했지만 아직 구매하지 않은 고객.
기술지원 문의가 반복되고 있는 고객.
만료 시점이 다가오지만 최근 접촉이 없는 고객.
기존 제품과 연관된 새로운 제품을 제안할 수 있는 고객.
각각의 기록만 보면 평범한 데이터다.
하지만 서로 연결되면 다음 영업 행동을 결정하는 정보가 된다.
다음 글부터 하나씩 다룬다
Linkspace는 처음부터 여섯 가지 기능을 만들기 위해 시작된 것이 아니다.
현장에서 반복되는 문제를 하나씩 해결하다 보니 지금의 기능이 만들어졌다.
그래서 다음 글부터는 이 문제들을 하나씩 더 깊게 다뤄보려고 한다.
첫 번째는 고객 데이터 관리에서 가장 기본적이지만, 한번 쌓이기 시작하면 가장 정리하기 어려운 문제다.
같은 회사가 왜 여러 이름으로 등록되는가.
그리고 그 중복을 나중에 정리하는 대신, 처음부터 생기지 않게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다음 글에서는 그중 첫 번째 질문부터 짚어보겠다.
표기가 갈라지는 과정을 알아야, 그것을 막는 방법도 이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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