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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기회가 없는 고객은
왜 멀어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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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M은 진행 중인 일을 관리하도록 만들어져 있다

CRM 화면을 떠올려 보자. 파이프라인이 있고, 단계가 있고, 예상 매출과 마감일이 있다. 해야 할 일이 있고, 각각의 기한이 있다. 대부분 지금 움직이고 있는 일이다. 거래가 끝나면 이력으로 남고, 아직 시작되지 않은 일은 화면에 잘 드러나지 않는다.

이 구조 자체는 합리적이다. 담당자가 오늘 무엇을 처리해야 하는지 명확하게 보여주기 때문이다. 다만 여기에는 하나의 전제가 있다. 고객과의 관계가 현재 진행 중인 거래를 중심으로 이어진다는 전제다.

실제 고객 관계는 조금 다르다. 진행 중인 견적이나 영업기회가 없어도 고객의 상황은 계속 변한다. 제품을 계속 사용하고 있을 수도 있고, 조직이나 담당자가 바뀔 수도 있고, 예산 계획이 시작될 수도 있다. CRM 화면에서 조용하다고 해서 고객까지 멈춰 있는 것은 아니다.


연락할 이유가 없는 고객

현재 진행 중인 영업기회가 없는 고객을 생각해 보자. 보낼 견적이 없다. 답변해야 할 문의도 없다. 이번 주 안에 처리해야 할 업무도 없다. 즉, 오늘 당장 연락해야 할 명확한 이유가 없다.

영업기회가 없어 마지막 연락이 오래된 고객들과, 만료 12개월 전 예산 계획 · 6개월 전 사용 현황 점검 · 3개월 전 갱신 준비처럼 고객의 일정에서 연락할 이유를 찾아내는 화면을 그린 일러스트
연락할 이유가 없으면 고객은 조용히 멀어진다. 용건을 억지로 만드는 대신, 고객에게 이미 존재하는 일정 — 예산 계획, 사용 현황 점검, 갱신 준비 — 에서 이유를 꺼내 온다. AI로 제작한 이미지이며, 화면에 보이는 회사명·담당자명은 실재하지 않습니다.

반대로 담당자의 하루에는 이유가 분명한 일이 계속 들어온다. 계약을 앞둔 고객, 견적을 기다리는 고객, 기술 문제가 발생한 고객, 답변을 기다리는 고객이 있다. 이들을 먼저 처리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래서 고객과 연락이 끊기는 현상을 담당자의 성실성 문제로 보는 것은 정확하지 않다.

우선순위가 있는 일과 우선순위가 없는 일이 경쟁하면, 우선순위가 없는 일은 항상 뒤로 밀린다.

문제는 한 번 밀리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오늘 밀리고, 다음 주에도 밀리고, 다음 달에도 밀린다.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그 고객은 CRM 안에 존재하지만 실제 업무에서는 보이지 않는 고객이 된다.


「가끔 연락하자」는 계획이 아니다

이 문제를 인식하면 보통 비슷한 결론에 도달한다.

“영업기회가 없는 고객에게도 주기적으로 연락하자.”

방향은 맞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실행되지 않는다. 「주기적으로」라는 표현에는 행동 기준이 없기 때문이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분기에 한 번 연락하자」고 정해도 문제는 남는다. 분기가 시작될 때마다 다시 결정해야 한다.

누구에게 연락할 것인가. 언제 연락할 것인가. 무슨 이야기를 할 것인가.

앞의 두 가지는 목록과 일정만 있어도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다. 실제로 가장 어려운 것은 마지막이다. 연락할 이유가 없는데 전화를 걸어야 한다면 담당자도 부담스럽고 고객도 어색하다. “별일 없으시죠?” “잘 사용하고 계시죠?” 이런 연락을 반복하기는 어렵다. 결국 목록은 만들어지지만 실제 접촉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접촉 계획이 실행되지 않는 이유는 연락할 시점을 못 정해서가 아니라, 연락할 이유가 없어서다.


기준점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억지로 용건을 만들기보다 고객에게 이미 존재하는 이벤트를 기준으로 삼는 편이 낫다.

회사 달력은 좋은 기준이 아니다. 3월이 되었다는 것은 우리 회사의 일정이지 고객에게 발생한 사건이 아니기 때문이다. 분기 초라는 이유로 모든 고객에게 동시에 연락하면 관리하기에는 편하지만 고객 입장에서는 연락받아야 할 이유가 없다. 그래서 기준점은 우리 쪽 날짜가 아니라 고객 쪽 날짜여야 한다.

계약이나 라이선스의 만료일이 대표적인 예다. 만료일을 기준으로 시간을 거꾸로 계산하면 시점마다 자연스럽게 다른 이야기가 생긴다. 1년 전이라면 다음 연도의 예산 계획을 이야기할 수 있다. 반년 전이라면 현재 사용 현황이나 불편 사항을 점검할 수 있다. 3개월 전이라면 실제 갱신 절차와 견적을 준비할 수 있다. 모두 같은 고객에게 하는 연락이지만 목적은 서로 다르다.

단순히 「연락해야 할 날짜」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그 날짜에 맞는 「연락할 이유」까지 함께 만들어지는 것이다.

앞선 글에서 문서 속 만료일을 데이터로 바꿔야 했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만료일이 시스템 안에 데이터로 존재하면 다음 접촉 시점은 사람이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계산해서 만들 수 있다.


그런데 이미 만료된 고객은 어떻게 하나

여기서 새로운 문제가 생긴다. 만료일에서 거꾸로 계산하는 방식은 만료일이 아직 지나지 않은 고객에게는 잘 작동한다. 하지만 이미 만료된 고객에게 같은 규칙을 적용하면 문제가 생긴다.

예를 들어 3년 전에 만료된 고객이 있다고 해보자. 12개월 전 접촉 시점도 지났고, 9개월 전도, 6개월 전도, 3개월 전도 이미 오래전에 지나갔다. 이 규칙만 적용하면 모든 일정이 미처리 상태로 남는다. 결과적으로 이 고객은 계속해서 가장 오래 밀린 고객처럼 표시된다. 처음에는 위험 신호처럼 보이지만 시간이 지나면 목록을 가득 채우는 오래된 경고가 된다. 경고가 계속 쌓이면 결국 아무도 경고를 보지 않게 된다.

여기에는 단순히 날짜가 지났다는 것보다 더 중요한 차이가 있다. 만료 전 고객과 만료 후 고객은 관계의 성격 자체가 다르다.

만료 전 고객은 현재 우리 제품을 사용하고 있다. 접촉 시점을 놓치면 유지하고 있던 계약이나 관계를 잃을 가능성이 생긴다. 반면 이미 만료된 고객은 현재 관계가 끊어진 상태다. 오늘 연락하지 않았다고 해서 새롭게 잃는 계약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대신 시간이 지나면서 다시 거래할 가능성이 점차 낮아질 뿐이다.

그래서 두 고객을 같은 방식으로 관리하기 어렵다. 만료 전 고객은 유지해야 할 관계이고, 만료 후 고객은 다시 회복해야 할 관계다.

유지해야 하는 관계에서는 놓친 일정도 중요하다. 미처리된 접촉이 있다면 계속 보여줘야 한다. 반면 회복해야 하는 관계에서는 오래된 미처리 일정을 계속 쌓는 것보다, 이번 접촉 시점을 놓쳤다면 다음 적절한 시점에 다시 기회를 만드는 편이 낫다. 같은 「고객 접촉 관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서로 다른 규칙이 필요한 이유다.


접촉 관리에는 두 개의 시간표가 필요하다

결국 고객 접촉을 자동화하려면 하나의 일정표만으로는 부족했다. 하나는 만료일을 기준으로 거꾸로 계산하는 시간표다. 현재 사용 중인 고객을 놓치지 않기 위한 일정이다. 다른 하나는 이미 만료된 고객을 다시 만날 시점을 만드는 시간표다. 관계가 끊어진 고객에게 새로운 접촉 기회를 만드는 일정이다.

둘 모두 고객에게 연락하기 위한 기능이지만 목적은 다르다. 하나는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관계를 회복하기 위한 것이다. 이 차이를 구분하지 않으면 한쪽에서는 중요한 고객을 놓치고, 다른 한쪽에서는 의미 없는 경고만 계속 쌓이게 된다.


다음 글에서는

다음 글에서는 Linkspace가 이 두 종류의 고객을 실제로 어떻게 나누어 관리하는지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만료일까지 남은 기간에 따라 몇 단계로 접촉 시점을 나눴는지, 각 단계에서 왜 연락하는 사람이 달라지는지, 그리고 처음 만들었던 위험 표시가 오히려 화면을 망가뜨렸던 이유도 함께 다룬다.

고객에게 연락하는 기능을 만드는 것보다 더 어려웠던 것은, 어떤 고객을 언제까지 계속 보여줘야 하는지를 정하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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