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계 회의에서 가장 자주 나오는 말이 있다.
“무게를 더 줄일 수 없나요?” “강성은 지금보다 떨어지면 안 됩니다.”
이 두 요구는 대개 동시에 만족하기 어렵다.
재료를 덜어내 무게를 줄이면 강성이 떨어지고, 단면을 키워 강성을 확보하면 무게가 늘어난다. 한쪽 목표를 개선하면 다른 목표가 나빠지는 구조다.
이처럼 서로 충돌하는 목표가 둘 이상 존재할 때 설계 의사결정을 돕는 방법이 파레토 최적화(Pareto Optimization), 즉 다목적 최적화(Multi-objective Optimization)다.
단일 목적 최적화의 한계
목표가 하나라면 최적화는 비교적 단순하다.
“응력을 최소화하라”처럼 기준이 하나라면, 가장 낮은 응력을 주는 설계가 최적해가 된다.
문제는 실제 설계가 하나의 목표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무게, 강성, 응력, 고유진동수, 비용이 동시에 걸린다. 그리고 이 목표들은 종종 서로 반대 방향으로 움직인다.
이때 흔히 쓰는 우회 방법이 가중합(Weighted Sum)이다. 여러 목표를 하나의 점수로 합치는 방식이다.
점수 = 0.6 × 무게 + 0.4 × (−강성)
이 방식은 간단하지만 한계가 분명하다.
- 가중치를 어떻게 정할지에 대한 객관적 근거가 약하다
- 가중치를 조금만 바꿔도 “최적해”가 달라질 수 있다
- 여러 목표를 하나의 숫자로 합치면 트레이드오프 구조 자체가 보이지 않는다
무게와 강성을 0.6:0.4로 합쳐 1등 설계를 뽑았다고 하자. 그런데 비율을 0.5:0.5로 바꾸면 전혀 다른 설계가 1등이 될 수 있다.
그렇다면 어느 쪽이 옳은가?
가중합만으로는 이 질문에 답하기 어렵다.
서로 충돌하는 목표를 다룰 때는, 하나의 점수로 합치기 전에 먼저 고려할 가치가 있는 후보가 무엇인지를 정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여기서 핵심 개념이 등장한다.
핵심 개념 — 지배(Dominance)
두 설계 A와 B를 비교한다고 하자. 목표는 무게 최소화와 응력 최소화 두 가지다.
- A: 무게 10 kg, 응력 200 MPa
- B: 무게 12 kg, 응력 220 MPa
A는 B보다 가볍고, 응력도 낮다. 즉, 모든 목표에서 A가 B보다 좋다.
이럴 때 “A가 B를 지배(dominate)한다”고 말한다.
B를 선택할 이유는 없다. A라는 더 나은 대안이 분명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지배의 정의는 다음과 같다.
A가 B를 지배한다 = 모든 목표에서 A가 B보다 같거나 좋고, 적어도 하나의 목표에서는 명확히 더 좋다.
그런데 다음과 같은 경우는 다르다.
- A: 무게 10 kg, 응력 200 MPa
- C: 무게 8 kg, 응력 230 MPa
C는 A보다 가볍지만 응력은 더 높다. A는 응력이 낮지만 더 무겁다.
이 경우 어느 쪽도 다른 쪽을 지배하지 못한다.
무게를 중시하면 C가 유리하고, 응력을 중시하면 A가 유리하다. 둘 다 선택될 수 있는 이유가 있는 설계안이다.
파레토 프론트 — 더 이상 밀려나지 않는 해의 집합
수많은 설계안 중에서 어떤 다른 설계에도 지배되지 않는 설계들을 모으면, 그것이 파레토 최적해 집합(Pareto-optimal Set)이다.
이 설계들을 목표 공간에 표시했을 때 형성되는 경계가 파레토 프론트(Pareto Front)다.
파레토 프론트 위의 설계들은 한 가지 공통점을 가진다.
하나의 목표를 더 좋게 만들려면, 반드시 다른 목표를 일부 희생해야 한다.
더 가볍게 만들려면 응력을 포기해야 하고, 응력을 낮추려면 무게를 포기해야 한다. 이 경계선이 바로 트레이드오프의 최전선이다.
반대로 다른 설계에 의해 지배되는 후보들은 우선순위에서 제외할 수 있다. 같은 무게에서 더 낮은 응력을 주거나, 같은 응력에서 더 가벼운 설계가 이미 존재하기 때문이다.
파레토 최적화의 의미는 여기에 있다.
- 수많은 후보를 고려할 가치가 있는 소수의 설계안으로 압축한다
- 그 후보들이 이루는 트레이드오프의 형태를 보여준다
- 가중치를 미리 정하지 않아도 선택지 전체를 한눈에 볼 수 있다
프론트 위에서 무엇을 고를 것인가
파레토 프론트는 “정답 하나”를 주지 않는다.
대신 합리적인 후보들의 집합을 제공한다. 그중 어떤 설계안을 선택할지는 결국 설계자의 판단이다.
프론트의 형태는 이 판단에 중요한 정보를 준다.
무릎점(Knee Point) 프론트가 급격히 꺾이는 지점이다. 한 목표를 조금만 양보하면 다른 목표가 크게 좋아지는, 효율이 높은 영역이다.
양 끝단 하나의 목표에 극단적으로 치우친 설계다. 무게를 최우선할 때, 또는 강성을 최우선할 때 선택할 수 있다.
프론트의 기울기 두 목표가 얼마나 강하게 충돌하는지를 보여준다. 기울기가 가파르면 트레이드오프가 크고, 완만하면 한쪽 목표를 비교적 적은 손실로 개선할 수 있다.
같은 파레토 프론트를 보더라도 설계자, 고객, 인증 담당자는 서로 다른 점을 선택할 수 있다.
파레토 최적화는 그 선택을 객관적인 근거 위에서 하도록 돕는다. “왜 이 설계안인가?”라는 질문에, 다른 후보들과의 트레이드오프를 함께 보여주며 답할 수 있게 된다.
Valentis가 이 과정을 다루는 방식
Valentis는 파레토 최적화를 Analysis Intelligence 모듈의 한 단계로 배치했다.
해석 결과 데이터를 불러온 뒤 두 개의 목표와 각각의 방향(최소화 / 최대화)을 지정하면, 후보 설계안 중에서 파레토 프론트가 자동으로 식별된다.
결과는 차트로 표시되며, 프론트에 가까운 차선책 후보도 함께 확인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어떤 설계안이 고려할 가치가 있는지, 그리고 해당 설계안들이 어떤 입력 범위에 분포하는지를 함께 살펴볼 수 있다.
구체적인 사용 방법은 다음 글에서 다룬다.
마무리
좋은 설계는 모든 목표를 동시에 최고로 만들지 않는다. 그런 설계는 대부분의 현실 문제에서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대신 좋은 설계 결정은 서로 충돌하는 목표 사이에서 무엇을 양보하고 무엇을 지킬지를 분명히 아는 데서 나온다.
파레토 최적화는 그 트레이드오프의 구조를 드러내는 방법이다.
- 지배(Dominance) — 모든 목표에서 더 나은 설계가 존재하는가
- 파레토 프론트(Pareto Front) — 더 이상 밀려나지 않는 후보들의 집합
- 트레이드오프(Trade-off) — 하나를 얻기 위해 무엇을 내줘야 하는가
“무게와 강성 중 무엇이 더 중요한가?”가 아니라 “무게를 1 kg 줄이면 강성은 얼마나 손해 보는가?”
질문을 이렇게 바꾸는 순간, 충돌하던 목표는 선택 가능한 트레이드오프로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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