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선 글에서 명단이 영업으로 건너가려면 세 가지가 필요하다고 했다. 첫째가 입력 비용이었다. 명함 200장을 손으로 치는 하루가 없어져야 선별이 입구에서 일어나지 않는다. Linkspace는 명함을 사진으로 받는다. 그런데 사진 한 장이 고객 한 명이 되는 데는 성격이 다른 두 단계가 있다. 글자를 읽는 단계와, 그 사람이 어느 회사 사람인지 정하는 단계다.
읽는 것은 모델이 하고, 정하는 것은 사람이 한다. 시스템은 그 사이에서 후보를 좁힌다.
사진이 칸으로 들어온다
고객 등록 화면에서 명함 사진을 올린다. 앞면과 뒷면, 또는 국문면과 영문면 두 장까지 한 사람으로 묶어 올릴 수 있고, 폰으로 찍어 바로 올려도 된다. 사진은 긴 변 1,600픽셀로 줄여 인식 모델로 보내고, 이름, 직함, 부서, 휴대폰, 유선 번호, 이메일이 각 칸에 채워진다. 기계가 채운 칸은 연한 파란색으로 표시되고, 사람이 그 칸을 고치면 표시가 사라진다. 그 값은 이제 사람의 것이라는 뜻이다.
자동으로 저장되지는 않는다. 등록 버튼은 사람이 누른다. 저장하면 명함 사진이 그 고객의 첨부로 함께 남아 나중에 원본을 다시 볼 수 있다.
번호는 모델을 믿지 않는다. 010으로 시작하는 번호는 모델이 어느 칸에 넣었든 휴대폰 칸으로 옮기고, 유선과 팩스가 같으면 유선 칸을 비운다. 명함 인식이 실제로 자주 틀리는 유형이 팩스를 유선 칸에 넣는 것이었는데, 규칙 하나로 사라졌다. 규칙으로 판정할 수 있는 것은 규칙으로 판정하고, 모델에게는 읽는 일만 맡긴다.
전시회처럼 한 번에 100명, 200명이 부스에 오면 명함을 한 장씩 찍지 않는다. 리더기로 읽은 참가자 명단을 엑셀로 올리고, 그 엑셀도 명함과 같은 고객사 매칭을 거친다. 부스에서 나눈 상담 내용과 마케팅 수신 동의까지 같은 파일에 적어 한 번에 올릴 수 있다. 그 흐름은 다음 글에서 다룬다.
흐린 사진은 읽지 않는다
만들고 나서 검증하다가 한 가지를 발견했다. 같은 명함을 점점 작게 줄여 넣었더니, 어느 크기부터 값이 틀리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졌다. 사명이 비슷하지만 다른 이름으로 바뀌고, 이메일은 있지도 않은 주소가 됐다. 더 무서운 것은 그 직전 단계였다. 휴대폰 번호의 한 자리만 바뀌었다. 형식은 멀쩡하고, 오류 표시는 없고, 검토 화면에서 사람이 봐도 잡을 수 없다. 그대로 저장되고, 나중에 전화가 안 간다.
인식 지시문에는 이미 「이미지에 없는 항목은 비워 두고, 절대 추측하거나 만들어내지 말라」가 들어 있었다. 지시로는 막히지 않았다. 흐릿한 픽셀에서 그럴듯한 문자열이 나오는 것을 막는 방법은 입력을 거르는 것뿐이었다. 그래서 긴 변이 300픽셀에 못 미치는 사진은 읽지 않고, 600픽셀에 못 미치면 읽되 값을 확인하라는 경고를 붙인다. 두 장을 올리면 작은 쪽을 기준으로 본다. 한 면만 흐려도 그 면의 값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폰으로 찍은 사진은 보통 1,000픽셀을 훌쩍 넘어 이 기준에 걸리지 않는다. 걸리는 것은 화면 캡처, 썸네일, 메신저로 재전송된 사진이다. 한계도 있다. 기준이 사진 전체의 크기라서, 큰 사진 안에 명함이 작게 찍혀 있으면 걸러내지 못한다. 그래서 안내 문구에 명함이 화면에 꽉 차게 찍을수록 정확하다고 적어 두었다.
인식이 틀리는 것보다 그럴듯하게 틀리는 것이 문제였다. 아예 틀리면 사람이 잡는다. 한 자리만 틀리면 아무도 못 잡는다.
어느 회사의 사람인가
읽어 낸 회사명은 앞선 글에서 다룬 고객사 매칭을 그대로 거친다. 원문, 표기를 정규화한 이름, 영문명, 별칭의 순서로 기존 고객사와 대조하고, 여기서 맞으면 자동으로 연결된다. 네 단계 가운데 자동인 것은 이 첫 단계뿐이다.
맞지 않으면 시스템은 결정하지 않고 근거를 보여 준다. 먼저 명함의 이메일 도메인을 본다. 같은 도메인을 쓰는 고객이 이미 등록된 고객사가 있으면 그 고객사들을 건수가 많은 순으로 후보로 띄운다. 회사 이름은 표기가 갈라져도 도메인은 같기 때문에 이름보다 강한 신호다. 그런데도 자동으로 잇지 않는다. 대기업 계열사는 도메인을 공유해서, 그것이 같은 회사라는 뜻은 아니기 때문이다. 무료 웹메일은 아예 후보에서 제외한다. 거르지 않으면 무관한 회사들이 서로 엮인다.
그다음으로 이름이 비슷한 고객사를 최대 세 건까지 후보로 보여 준다. 오탈자나 표기 차이를 잡기 위한 것이고, 역시 버튼이다. 그리고 맨 마지막에 「새 고객사 만들기」 버튼이 있다. 위의 후보를 다 보고도 없을 때만 누르도록 순서를 뒤에 두었고, 누르면 고객사를 직접 등록할 때와 같은 중복 확인이 한 번 더 뜬다.
시스템이 혼자 새 회사를 만드는 경로는 없다. 이 순서가 안전장치다. 매칭에 실패한 명함은 대부분 신규 회사가 아니라 표기가 달라서 못 찾은 회사다. 영문면만 있거나, 브랜드명으로 적혀 있거나, 「○○전자 구미공장」처럼 사업장이 붙어 있다. 신규 생성을 앞에 두면 그 명함마다 중복 고객사가 하나씩 생긴다.
후보 가운데 하나를 골라 연결하면 명함에 적힌 표기가 그 고객사의 별칭으로 학습된다. 같은 회사의 다음 명함은 첫 단계에서 바로 연결된다. 앞선 글의 별칭 학습이 명함에서도 같은 자리에서 일어나는 것이다.
신호처럼 보였던 것
값이 만들어진 사례를 보다가 규칙 하나가 떠올랐다. 창작된 명함에서는 이메일 도메인과 홈페이지 도메인이 서로 달랐다. 그러니 둘이 다르면 창작 신호로 보고 경고를 띄우자는 것이었다. 추가 비용 없이 잡을 수 있어 보였다.
실제 데이터로 세어 보고 기각했다. 이메일과 홈페이지가 둘 다 있는 고객 가운데 절반 가까이가 두 도메인이 달랐다. 무료 웹메일을 쓰는 사람만 열에 셋이었다. 두 번에 한 번 뜨는 경고는 경고가 아니다. 너처링 글에서 위험 표시로 배운 것과 같은 규칙이 여기서도 적용됐다. 신호처럼 보이는 것을 규칙으로 만들기 전에, 정상 데이터에서 몇 퍼센트가 걸리는지 먼저 센다. 한 건의 실패에서 뽑은 패턴은 정상 사례에서도 흔한 경우가 많다.
그래서 오독에 대한 방어는 셋으로 정리됐다. 입력을 거르는 것, 규칙으로 교정하는 것, 사람이 검토하는 것. 번호 한 자리가 바뀐 오독은 형식이 유효해서 어떤 규칙에도 걸리지 않는다. 마지막 방어는 사람이다.
이미 등록된 사람의 명함
고객이 많은 회사에서는 새 사람의 명함보다 이미 등록된 사람의 새 명함이 더 자주 들어온다. 승진, 부서 이동, 번호 변경이다. 처음에는 명함값을 통째로 다시 적용하는 버튼밖에 없어서, 직함 하나 고치려다 멀쩡한 값까지 덮이는 일이 있었다. 지금은 명함에서 읽은 값과 현재 입력값을 항목별로 비교해 같음, 채움, 다름 셋으로 나눠 보여 주고, 항목마다 따로 적용한다. 비어 있는 칸은 「다름」이 아니라 「채움」으로 표시한다. 덮어쓰기 경고처럼 읽히면 안 되기 때문이다.
이름과 고객사가 정해지면 같은 회사에 같은 이름의 고객이 이미 있는지도 바로 검색해 보여 준다. 사람이 중복되는 것도 회사가 중복되는 것만큼 조용히 쌓인다.
사진은 밖으로 나간다
숨길 것이 아니라서 적어 둔다. 명함 인식은 외부 인식 모델을 쓴다. Linkspace 기능 가운데 가명화가 불가능한 유일한 곳이다. 이름과 연락처가 사진 안에 그대로 있고, 그것도 남의 개인정보다. 그래서 처리는 국내(서울)에서만 한다. 설정이 빠졌을 때 조용히 국외 경로로 넘어가던 길은 막아서, 서울에서 처리할 수 없으면 기능이 멈춘다. 사진은 인식 요청에만 쓰이고, 우리 쪽에는 그 고객의 첨부로만 남는다.
정리하면
읽기는 모델이 한다. 번호 분류는 규칙이 한다. 어느 회사인지는 사람이 정하고, 시스템은 후보를 좁힌다. 저장은 사람이 누른다. 흐린 사진은 읽지 않고, 새 회사는 사람만 만든다.
명함 인식에서 어려운 것은 글자를 읽는 정확도가 아니라, 틀렸을 때 어디서 걸리게 할 것인가였다.
다음 글에서는
명함이 등록되면 그 사람은 시스템 안에 있다. 그런데 아직 고객은 아니다. 앞선 글에서 말한 둘째 조건, 「아직 고객이 아닌 사람의 자리」가 여기서 필요해진다. 그 자리에 있는 사람이 영업으로 넘어가는 문턱은 어디이고, 문턱을 넘는 순간 무엇이 생기는가.
등록된 것과 영업이 시작된 것은 다른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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